Sunday, September 22, 2019

ANNA 2018/SPY


Official Anna Movie Trailer 2019
액션, 스릴러, 프랑스,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8.08.28 개봉


개요
 액션, 스릴러, 프랑스,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8.08.28 개봉
감독
뤽 베송
배우

사샤 루스
킬리언 머피
루크 에반스
헬렌 미렌
레라 아보바
알렉산더 페트로브
에릭 고돈
이반 프래넥






소련 사이에 진행된 냉전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이 가득한 첩보물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지금까지 제작된 첩보물과 다를 바 없는, 흔하디흔한 장르 영화로 비친다. 사실 부정적 표현은 들어맞는다. 긴장감과 액션의 비중이 119분 기준으로 10분이 될련가 싶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고, 주인공 기본 설정은 본인의 작품 <니키타>를 복제한 느낌이다. 액션은 짧고 굵게 연출하나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까'에 치중한 동선이라 깊은 감흥 대신 얕은 시각적 볼거리에 머문다. 주요 인물 네 명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복잡한 전개를 플래시 백으로 풀어내는데 그 과정이 눈에 띄게 반복되니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달할까'라는 문제에 별다른 고민 없이 내놓은 답안을 보는 듯하다. 좋게 말하면 아주 친절한 투 머치 토커라고 할까. 그래서 관객 역시 힘겹게 따라갈 일 없이 편안하게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뤽 베송 전성기에 연출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퇴보한 느낌이 든다.


2. 범죄로 연명하는 남자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약물 중독자의 삶을 살아가는 안나(배우 사샤 루스). 남자와 무의미한 성관계를 맺은 어느 날, 서로의 대화는 앞으로 나아가질 않고 이런 삶에 회의를 느끼면서 해군 지원서에 자신의 신상을 적어 넣는다. (아마도) 며칠이 지나고 '한 건' 잡은 남자는 안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간다. 불안한 느낌은 명확한 현실이 되었고, 순찰하는 경찰에게 범죄 현장을 들킨 남자는 추격전을 벌인다. 차가 전복될 정도로 격렬한 추격전이 끝나고, 안나와 남자는 본인들의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짐 쌀 시간 5분"을 주며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던 안나는 눈 앞에 낯선 사람을 본다. 이 사람의 이름은 알렉스 츠젠코프(배우 루크 에반스). KGB 요원으로 안나가 지원한 해군 지원서가 마음에 들어 접속한 주소를 찾아 즉석 면접(?)을 본다. 알렉스는 "선택"과 "기회"를 이야기하며 사실상 반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한다. 이에 안나는 망설임 없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식칼로 손목을 그어 버린다. 작품 속에서 안나는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두 번 더 놓이는데 이 "기회"는 CIA 요원 레너드 밀러(배우 킬리언 머피)와 KGB 고위 간부 올가(배우 헬렌 미렌)가 제공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협소한 시점에선 유명한 배우 세 명에게 적절한 비중을 배분하여 골고루 출연시키기 위한 시나리오의 계책이고, 광범위한 시점으론 선택과 기회는 이념이 아닌 사람에게 주어진 일종의 자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명확한 판단과 명석한 두뇌 그리고 적당한 분노를 가진, 이 말을 하는 알렉스의 표정과 어투로 보아 완벽한 인재인 안나는 자유를 갈망한다. 강한 이념을 가진 KGB 국장과의 면담에서 알렉스가 약속한 '5년 뒤 자유인'을 확인하고, 불리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레너드 밀러 요원과의 협상에서 자신의 뜻을 주장할 수 있는 근원에는 모두 한 단어가 공통분모로 작용한다. 이념을 따르는 자들은 죽거나 이용당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은 이념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물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에 따라 인물의 성향과 행동을 결정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나 이념이 가진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 할리우드의 시선으로 냉전을 바라본다. 반면 미국과 소련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고, 자유라는 신념을 가진 한 사람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안나>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3.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에서 <아바타> 나비족 비슷한 CG 분장으로 본래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사샤 루스에 대한 미안함이 이 영화를 만든 계기라고 증명하듯 작정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몇몇 장면에서 딱딱한 표정과 몸짓을 언뜻 드러내나 누구나 소화하기 힘든 액션을 자연스럽게 행하면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루크 에반스와 킬리언 머피는 기존 이미지에 살짝 더 힘을 준 격이라 새로운 모습은 아니지만 주어진 역할에 알맞은 연기를 선보인다. 세 배우에 비해 출연 분량은 적지만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헬렌 미렌은 그 존재감이 강렬하다. 세상의 모든 상황을 꿰뚫는 눈빛과 시종일관 냉담한 표정은 감정과 생각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 KGB 요원 그 자체이고, 자신의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히 기회로 바라보는 성향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체스 피스로 바라보는 인간을 보고 싶다면 그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 된다.


4. 자신의 전성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의 연출과 현대적 감각이 첨가된 영상미, 시나리오가 미묘한 공존을 이루는 모습은 이념이 지배하는 냉전 시대에 자유라는 현대적 정신을 외치는 특수 요원 안나와 겹친다. 이념에 휩쓸려 죽거나 이용당하는 사람들은 남자이고, 신념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은 여자인 건 현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이다. 비록 저조한 흥행과 밋밋한 반응을 이끌어낸 스파이물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가진 작품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꽤 진지한 분위기라고 판단할 수 있겠는데 어디까지나 가볍게 즐기는 장르 영화이다. 그러니 심각하게 감상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긴장감과 액션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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